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스타트업(창업)이 90% 이상 실패하는 진짜 이유
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특이한 수업을 하나 신청해서 들었다. 수업을 마치면 학점으로 인정받는 정규 과목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학교 안에서 팀을 꾸려 스타트업을 만들어 보는 것, 즉 앙트러프러너를 키우는 것이었다. 교수님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건 누구와 팀을 이루느냐였고, 회사 CEO나 특정 분야에서 이름난 분들이 멘토로 매칭되어 학생들을 도와주었다.
나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Tony라는 백인 친구가 제안한 Purplesight에 참여하게 되었다. 정치 성향이나 차별 없이 다양한 정치 정보를 추출해서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처음에는 Tony가 CEO, 그의 여자친구가 CFO, 중국인 개발자와 백인 개발자, 그리고 나(개발자)까지 다섯 명으로 시작했다. 나중에 두 명이 빠지고 Tony, 여자친구, 나 이렇게 셋이서 팀을 이어 갔다.
프로젝트가 실제로 큰 돈을 벌며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이클 델이나 MIT 랩 디렉터 같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었고, 스타트업을 직접 경험해 봤다는 점은 졸업 후에도 강한 기억으로 남았다. Tony는 당시 아직 상장 전이던 Twilio에 들어가려고 나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는데, 이후 쭉쭉 높은 포지션까지 올라갔다. 나중에 달라스에서 열린 Twilio 이벤트에서 잠깐 마주쳤던 기억이 난다.
그 경험 이후로 스타트업에 관해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대략 99.99%의 스타트업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원인을 단순하게 생각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잘 안 돼서 중도 포기, 지쳐서 포기, 경쟁에 밀려서 실패, 돈이 안 돼서 포기하거나 망함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졸업 후 여러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람을 모으고 수익을 만들어 보려 애쓰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왜 어렵다고들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단계별로 나누어 해보려 한다.
1.0. 출시 전 개발/빌드 스테이지
첫째, 너무 긴 개발 기간
이 단계는 서비스나 앱을 만들어 개발하는 구간이고,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요즘은 AI가 발전하면서 이 구간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12년 전에 어떤 웹사이트를 개발할 때는 일을 마치면 바로 커피숍으로 달려가 5시간 정도 작업했고, 주말에는 10시간 넘게 매달렸다. 그렇게 5개월 가까이 일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지금은 그걸 AI로 다시 만들고 있다.) 그 기간에는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모든 시간을 프로젝트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지치고 외롭고 힘들었다. 실제로 앙트러프러너들이 겪는 외로움이 엄청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로젝트가 빛을 보는 출시까지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집중해서 잘 해내려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 이야기지만, 너무 오래 개발만 붙들고 있으면 안 되고 한 달 안에는 Proof of Concept(POC)를 만들거나 첫 버전을 출시하는 게 좋다. 프로젝트가 길어질수록 비즈니스 리스크도 커지고 지칠 확률도 높아진다. 그때 중단했다가 지금 다시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만 해도, 그사이 비슷한 사이트가 이미 많이 생겼다.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면, 이미 많은 사람이 쓰는 서비스를 두고 굳이 비슷한 서비스로 갈아탈 가능성은 낮다.
둘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일
이유는 또 있다. 토머스 에디슨은 “가장 위대한 발명품도 사용자가 없다면 단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한 적이 있고, 피터 드러커는 “세상에 사용되지 않는 혁신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고 했다. 결국 만든 사람 눈에 아무리 좋은 앱이나 기능이어도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쓰는 건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다.
그 필요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어떤 제품은 세상에 너무 일찍 나와서 쓸모가 없다. 어떤 제품은 너무 늦게 나와서, 비슷한 제품이 많아 사람들이 갈아탈 필요를 못 느끼고 죽어 버린다. 잘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필요한데도 마케팅을 못 하거나 사람들이 찾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도 초반에는 아주 잘 만든 서비스라고 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당시에는 이미 잘나가던 MySpace가 있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어떻게 MySpace와 다른 1등 서비스들을 이기고 소셜 네트워크의 승자가 되었을까?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라는, 작지만 위대한 대학 커뮤니티의 학생이었다. 그는 하버드 학생들이 서로 연결되고 싶어 하는 내적 욕구,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연애 포함)이라는 필요를 정확히 포착했다. 그리고 안전한 대학의 울타리 안에서 신뢰도 높은 유저 베이스를 키울 수 있었다. 이후 서서히 다른 대학으로 확장하고, 지인 초대 방식을 거쳐, 마지막에 모두가 가입할 수 있도록 열었다. 지금의 페이스북은 전성기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메타라는 새 이름 아래 인스타그램, 오큘러스, Muse 같은 서비스를 거느리고 전 세계 사용자 35억 6천만 명이라는 거대한 유저 베이스를 가진 회사가 되었다. 만약 페이스북이 유저를 서서히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초반부터 모두에게 공개 출시했다면, 스팸과 쓸모없는 데이터만 쌓여서 이후 가입한 사람들이 실망하고 돌아섰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서비스라도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 기능을 잔뜩 넣는 건 좋지 않다. 테스트하고 신경 쓸 부분이 많아 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소중한 시간을 들여 만들어도 사용자들이 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대한 일찍 첫 버전으로 간단히 런칭하고, 처음 사용자들을 단순한 피드백 제공자가 아니라 장기 유저로 대하며 피드백을 듣고 빠르게 반영해 업데이트하는 편이 낫다. 좋은 피드백을 받고도 제때 반영하지 않으면 유저는 관심이 식어 실망하기 쉽고, 반대로 한 사용자의 만족은 또 다른 추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속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
런칭했는데도 잘 안 된다면 방향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너무 잘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눈여겨보던 사람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 따라잡거나 추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방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처음에는 믿을 만한 소수를 통해 조용히 런칭하는 게 좋다.
셋째, 함께 일할 사람과 인적 네트워크
다음은 앞서 말한 외로움과 이어지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졸업 후에는 줄곧 혼자 프로젝트를 해 왔다. 함께할 사람이 있으면 일의 부담도 외로움도 덜고, 잘 맞으면 훨씬 빠르게 나아갈 수도 있다. 물론 “잘 맞는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비슷한 목표를 가진 팀원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거나, 서로 부딪혀서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창업 관련 유튜브 영상에서 Airbnb 공동 창업자 Brian Chesky는 첫 개발자를 고용하는 데만 6개월 정도 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초기 창업 멤버는 쓸데없이 늘리지 말고, 정말 신중하게 한 명을 잘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교 때는 열정 많고 똑똑하고 순수하게 무언가를 바꿔 보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노력만 하면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졸업하고 사회에 던져지고 나서야, 대학교 때는 자동으로 누리던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실감하게 되었다. 부자들이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로, 거기서 받는 공부보다 어떤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이런 인맥의 중요성은 출시 후에도 이어진다. 이건 뒤에서 더 이야기해 보겠다.
2.0. 출시 후 성공하기 전까지 스테이지
다음은 출시하고 난 뒤 반응을 지켜보는 단계다. 예전에 플랫폼을 런칭했을 때, 분명 사람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기능을 업데이트했는데도 반응이 영 시큰둥했던 적이 몇 번 있다.
예를 들어 IT 커뮤니티 웹사이트를 3개월 정도 걸려 처음 런칭했을 때였다. 당시 사람들이 원했던 기능은 “카카오톡 단톡방에서는 좋은 내용이 오가도 너무 빨리 내려가서 다 읽기 힘들다. 이런 내용을 남겨 둘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의견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런칭하고 나니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다. 첫째, 피드백을 줄 때는 분명 그 기능을 무척 원했지만, 한참 지나 다 만들어서 출시하고 보니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많이 나왔거나 그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 있었다. 둘째, 피드백을 주긴 했어도 그렇게까지 강렬하게 원해서 준 것은 아니었다. 피드백에 무게를 달아 본다면 가벼운 의견 정도였지, 자신들이 그 기능을 아주 잘 쓰겠다는 뜻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후에 받은 피드백 중에는 “개인 프로젝트를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커리어 준비할 때 쓰는 인터뷰 질문이나 자료 같은 것이다. 이런 웹사이트를 참고해서 만들면 좋겠다” 같은 것이 있었다. 이것도 다 만들어서 런칭하고 나니 쓰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기능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방문자 통계를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식었거나, 피드백을 준 멤버들이 강하게 원한 기능이 아니라 “이러면 어떨까” 정도로 의견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시 후에는 마케팅의 어려움도 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런칭 후 사람들이 검색 엔진과 추천을 타고 서비스를 찾아와서 방문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나와 친분이 있다고 써주지 않고, 자신이 정말 원해서 쓴다. 서비스가 유용하더라도 이미 비슷한 서비스나 만족을 주는 다른 무언가가 있으면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광고비를 많이 쓰는 게 좋을까? 앞서 “출시 전/개발 스테이지”에서 잠깐 말했듯이, 엉뚱한 곳에서 스팸처럼 유입되어 내용과 무관하게 광고만 올리는 것 같은 비정상적인 사용자만 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과 인연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알리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재테크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워런 버핏과 친분이 있다고 해보자. 버핏과 카드 게임을 하다가 웹사이트 이야기를 했고, 버핏이 지인 모임이나 인터뷰에서 내 웹사이트를 언급해 준다면 사용자가 크게 느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비슷하게, 내가 블랙핑크의 제니나 BTS와 친해서 쇼핑 웹사이트를 알리거나 광고비를 주고 홍보를 맡겼다고 해보자. 그들이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이나 인터뷰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보고 이용하게 될지는 뻔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래서 요즘은 웹사이트보다 노출이 쉽고 커뮤니티가 형성된 스마트폰 앱스토어가, 그리고 일반 광고보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한 SNS 광고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같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의 장점도 느껴진다. 그곳에서 앱 런칭 관련 밋업이나 이벤트를 열면 참석자 대부분이 테크 업계 사람이고 벤처 투자자도 많아서, 신뢰할 만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서울도 그런 면에서는 이벤트를 열어 사람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까 싶다. 반면 내가 지금 있는 달라스, 혹은 더 조용한 노스다코타 같은 곳에서 같은 이벤트를 연다면? 많이 와도 20~40명 정도일 테고, 대부분 학생이나 자영업자이지 않을까. 그래서 무언가를 런칭하려 할 때는 어떤 인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앞에서 “부자들이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는 공부보다 어떤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런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면 더 질 높고 쉬운 방법으로 서비스를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Y Combinator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단순히 거기서 얻는 배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에게 멘토링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친분을 쌓아 그 사람들이 내 서비스를 입소문 내 줄 수 있다면? 게다가 “Y Combinator에 한국인 팀이 입성했다”는 소문이 돈다면? 그 가치는 구글이나 네이버에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쓴 광고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3.0. 수익화 스테이지: 사용자가 늘어난 뒤, 돈은 어떻게 버는가
이제 성공적으로 런칭해서 유저 베이스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페이스북이 처음 런칭했을 때 언론은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다. 유저 베이스는 상당하지만 돈 버는 방식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페이스북은 뉴스피드 개편이나 게임 기능 변경 같은 몇 번의 변화로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다. 하지만 이제 메타, 즉 이전의 페이스북이 돈을 못 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은 모두가 AI를 이야기하는 시대라, 메타의 AI는 OpenAI나 Anthropic에 비해 사용자가 딱히 없다는 이야기는 나와도 메타가 돈을 못 번다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결국 사용자 수만 꾸준히 늘리면 돈을 버는 방식은 대부분 만들어진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전환하고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또 다른 분야인 것 같다.
처음부터 별로 쓰일 것 같지 않은 서비스에 큰 광고를 붙이거나 유료화를 하면, 방문자의 불편을 사서 이미 온 사람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 반대로 GitHub처럼 모든 걸 공짜로 뿌려서 전 세계 개발자가 다 쓰고 있지만, 수익화 방법을 찾기 어려웠던 플랫폼도 있다. Microsoft가 8조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인수했지만, 개발자 플랫폼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는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광고를 붙이는 방법은 어떨까? 전 세계 개발자가 모두 아는 플랫폼이라 해도 개발자 수는 세계 인구에 비하면 그렇게 크지 않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광고는 종종 사용자의 반감을 산다. 그래서 Microsoft가 선택한 방식은 매출 대부분을 일반 사용자가 아닌 기업에서 얻는 B2B 전략이었다. 일반 개발자에게는 $100도 큰돈일 수 있지만, 기업에게는 $10,000이나 $100,000도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Meta가 $15 billion 가까운 돈을 들여 사실상 인수하다시피 한 ScaleAI라는 기업이 있다. 이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는, 메타가 무슨 이유로 대단한 경력도 없는 20대 대학 중퇴자 Alexandr Wang과 Lucy Guo가 만든 회사에 그 엄청난 금액을 쓰고, 창업자 Alexandr Wang에게 높은 Head 자리까지 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잠시 직장을 쉬면서 개인 프로젝트로 AI 관련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하게 되었다. Mercor나 Micro1 같은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를 통해 일하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점을 두 가지 발견했다.
첫 번째는 인터뷰 방식이다. 모든 과정이 사람 없이 진행된다. 지원서도 플랫폼을 통해 넣고, 인터뷰도 AI와 한다. 가끔 이런 프로젝트에 관심 없느냐는 연락이 오는데, 그것도 진짜 사람인지 AI인지 알 수 없다. 중간에 HR의 연락도 없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가 일반적인 개발자 경험과 대부분 무관하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Slack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Google Suite, 그리고 각자의 AI 트레이닝 분류 플랫폼에 초대받는다. 분명 개발자 인터뷰를 보고 개발자로 채용되었는데, 막상 일해 보면 개인용 AI 툴은 전혀 쓸 수 없고, 대부분 방대한 글을 읽고 파악해서 분류하는 작업이다. 코드를 봐야 하는 작업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주 긴 영어 문서였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 모델이 출력한 법률 조항 같은 내용을 읽고 분석해서, 어느 쪽이 나은지 투표하고 긴 피드백을 남기는 식이다. 어려운 작업도, 쉬운 작업도 있었지만 내 개발자 커리어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낀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페이는 나쁘지 않았다. 시간당 $80~$100 정도였다. 주 40시간 기준이면 연 $160K~$200K 수준이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400K 이상을 버는 일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노동이라는 걸 하다 보니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프로젝트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중단되거나 마무리된다. 계약직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프로젝트에서 뺀다.
더 재미있는 건 Mercor나 Micro1 같은 회사들이 기업 가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이라는 점이다. ScaleAI도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로 알려져 있지만 비슷한 작업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밖에도 Turing 등 유사한 플랫폼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Amazon의 Mechanical Turk가 떠올랐다. 겉으로는 마법 같은 ‘알고리즘’처럼 보이는 서비스 뒤에서, 실제로는 아주 많은 사람이 건당 몇 센트, 몇 달러 정도의 보수를 받고 데이터를 분류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유니콘으로 큰 기대를 받는 Mercor, Micro1, Turing 같은 회사들도, 그런 곳에 돈이 있다고 판단되자 ScaleAI를 모방해서 순식간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어떤 스타트업이나 서비스가 확실히 큰돈을 버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고 본다.
“확실하게 큰돈을 쓸 수 있는 고객이 있는 시장의 수요를 캐치해서, 신속하게 런칭하는 방식”
물론 그 서비스들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파운더들은 어느 정도 가치까지 올리고 나면 큰 투자를 받거나 엑시트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비슷한 서비스를 런칭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모방을 하더라도 시장이 충분히 크다는 걸 이해하고 빠르게 런칭해서 파이를 나눠 먹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며
요즘 유튜브를 보면 쇼츠 영상이 인기인데, 해외 인기 영상을 그대로 가져와 번역만 해서 일부만 올리고 구독자를 늘리는 사람이 많다. AI가 만든 영상을 올려 돈을 버는 유튜버도 있다. 최근 OpenAI가 Astra를, Anthropic이 Fable을, Meta가 Muse를 공개했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우와, 이거 정말 최고입니다” 같은 자극적인 영상을 재빠르게 만들어 뿌린 유튜버가 많이 보였다. 그중 어떤 영상은 며칠 만에 수천만, 수억 뷰를 기록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앞으로는 서비스를 심혈을 기울여 잘 만드는 것보다 잘될 만한 것을 빨리 포착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런칭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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